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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축구공속에서 찾은 분자모형 – 풀러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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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존재', 즉 '있는 것'에 대해
 아직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없었던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열(熱), 냉(冷), 습(濕), 건(乾)이라는 네 가지 대립되는 성질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 성질들로부터 ‘불, 공기, 물, 흙’이라는 네 가지 근본물질이 설명된 것은 기원전 5세기 '엠페도클레스'에 의해서였다. '사원소설(四元素設)'에 따르면 원소들은 정다면체를 가져야 한다. 왜? 그 자체로서 완벽한 원소여야 하니까! 따라서 이들은 날카로운 불(火)은 정4면체, 안정된 흙(土)은 정6면체, 자유로운 공기(氣)는 정12면체 그리고 물(水)은 구를 수 있으므로 정20면체라고 주장했다. 사원소설은 각 물질들은 사원소들이 특정한 비율로 섞여 있는 것이며, 이 물질들은 사원소의 정다면체들의 모양이 특정한 비율로 섞여서 새로운 구조를 만든다고 설명해 준다.사원소설을 확립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엠페도클레스가 말한 네 가지 근본물질이 바로 열, 냉,건, 습의 형상이며 이 형상의 변화로 원소가 전환된다고 설명하였다. 이로서 엠페도클레스의 유물론은 어느덧 관념론으로 바뀌어 연금술의 기초가 되었다. 그리고 이 사상은 18세기말 라부아지에가 근대적 원소설을 제창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엠페도클레스로부터 약 2,500년이 지난 후 미국 건축가 벅스민스터 풀러는 1967년도 몬트리올 만국박람회(Expo-67)의 미국 전시관을 위해 합금과 합판 그리고 플라스틱 같은 가벼운 자재를 이용한 지오데식 돔 건축물을 설계하였다. 기둥이 필요 없는 지오데식 돔은 적은 재료로 훨씬 커다란 공간을 만들 수 있으며, 가볍고 견고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지오데식 건물은 엄청나게 커다랗게 만들 수도 있다. 풀러는 뉴욕의 일부를 덮을 수 있는 지름 3킬로미터의 돔을 건설하자고 제안하였지만 시민들의 그의 제안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건축물은 대신 화학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탄소 삼형제 즉, 흑연, 숯, 다이아몬드 외에 탄소로만 이루어져 있는 새로운 물질이 탐지된 것은 1985년이었다. 헬륨 가스 속에서 흑연에 레이저 광선을 쏘자 보통의 검댕과 같은 검은 분말이 생긴 것이다. 이 새로운 탄소 형제가 탄소 원자 60개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질량분석기로 알아내었지만 문제는 그 구조가 어떻게 생겼냐는 것이었다. 탄소 원자 60개가 결합된 안정적인 구조를 찾는 것이 그들의 숙제였다. 이때 그들에게 떠오른 것이 바로 풀러의 돔. 연구자 가운데 한 사람이 종이를 이용하여 실제로 만들어서 바닥에 떨어뜨려 보았더니 튀어 오를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그 모양이 축구공과 같았다. 이들은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분자가 축구공 구조일 것이라고 믿고 벅스민스터 풀러렌(Buckminster Fulleren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침내 1991년 4월 이 분자가 X선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었고 과학자들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풀러렌을 발견하지 11년 후인 1996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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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러렌의 발견은 나노기술 분야에 불을 지폈다. 1991년에는 가늘고 긴 튜브 모양으로 탄소원자들이 배열되어 있는 분자가 발견되었고 얼마 있지 않아 다양한 나노튜브들이 합성되기 시작하였다. 풀러렌은 다이아몬드만큼 강하면서도 미끄러운 성질이 있어서 윤활제로 개발되었으며, 탄소 원자끼리 강한 결합을 하여 반응성이 적은 대신 인체에 독성이 없다는 특징을 이용하여 의약 성분의 저장 및 체내 운반체 등으로 이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최근에는 구조 자체가 아주 미세하므로 조그만 양으로도 매우 예민한 반응을 할 수 있다는 성질을 이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여러 금속 원자를 섞어 도체 혹은 초전도체로 이용하거나 수많은 풀러렌을 서로 연결해 새로운 섬유나 촉매 그리고 각종 센서로 응용하려는 것이다. 



풀러렌의 구조는 축구공의 모습과 똑같다. 조금 복잡하기는 하지만 머리 속으로 축구공을 만들어보자. 출발점은 정20면체. 정20면체는 20개의 정삼각형이 12개의 꼭지점으로 모여있다. 각 꼭지점에 모여있는 정삼각형은 다섯 개. 각 꼭지점을 칼로 베어보자. 이제 12개의 꼭지점은 12개의 정오각형으로 변하고, 20개의 정삼각형은 정육각형으로 바뀐다. 그리고 꼭지점은 60개가 된다. 축구공 모습 그대로이다. 이쯤 되면, 연금술이 따로 없다. 사원소설은 아직도 계속 되는가? ‘지혜의 돌’을 찾았던 중세과학자들의 노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과학은 언제나 자연을 흉내내는 것에 불과하다. 운석 조각으로부터 풀러렌이 추출된 것이다. 실험실에서 합성되는 C60과 C70 분자뿐 아니라 C100에서 C400까지의 탄소분자도 발견됐다. 풀러렌의 속은 비어있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들이 생명의 필수요소인 탄소와 휘발성 물질을 품고서 우주로부터 지구로 날아와 생명의 씨를 뿌렸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과연 풀러렌과 같은 순수한 탄소분자들이 생명의 기원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 










글 : 이정모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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