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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백신! 너를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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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나
 수영 같이 몸으로 익힌 일은 오랜 시간 하지 않다가 다시 해볼 기회가 생겨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 연습장을 채워가며 열심히 외웠던 영어 단어가 그렇게 잊혀지지 않으면 좋으련만 머리 속에 담아둔 것은 술술 잘도 날아가는데 말이다. 우리 몸에서 기억력 하면 빠질 수 없는 존재가 있다. 바로 혈액이다. 혈액 속 B림프구는 놀라운 기억력을 가지고 있고, 이 능력은 질병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데 결정적인 기능을 한다. 어린 시절 그렇게도 무섭고 싫었던 ‘예방 접종’은 바로 이러한 몸 속 기억력을 활용한 것이다.



외부로부터 바이러스, 곰팡이 같은 병원체가 체내에 침투하면 우리 몸은 이 침입자 병원체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방어 부대를 창설한다. 그런데 신체가 만들어내는 방어 부대는 병원체 자체가 아니라 병원체 표면에 부착된 분자인 항원에 반응한다. 어떤 병원체가 A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으면 A라는 이름표에 달라붙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분해하는 방법으로 병원체를 공격하는 것이다. 아쉬운 일은 A병원체를 물리친 방어 부대가 B병원체, C병원체에게 모두 통하는 만능이 아니라는 점이다. A병원균에는 A항체, B병원균에는 B 항체 이런 식으로 그때마다 새로운 부대를 만들어 반응한다. 따라서 정체 불명의 강력한 병원균이 들어오면 제때 항체를 만들지 못해 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다행히 신체의 방어 부대에는 이를 만회할 탁월한 능력이 있으니 바로 기억력이다. 특정 항원에 대항해 만들어진 항체는 그 항원을 기억하고 있다 다음 번에 같은 병원체가 들어오면 처음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대응한다. 예방 백신은 이 ‘기억력’에 기대어 만들어 진다. 병을 앓기 전에 미리 그 병의 병원균을 몸 속에 삽입해 방어 부대를 키워두면, 다음에 실제 전투가 벌어졌을 때 강력하게 대처하게 된다. 아프지도 않은데 맞아야 하는 주사, 예방 접종은 이런 항체의 기억력 덕분에 탄생했다. 예방 백신은 이 기억력 좋은 병사들을 모아 실전과 유사하게 교육 시키는 시뮬레이션 전투 프로그램인 셈이다. 



열이 있거나 아플 때는 예방 접종을 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예방 백신이란 신체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이미 죽거나 기능이 약해져 질병을 일으키기 힘든 병원균을 인공적으로 삽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몸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면 백신에 포함된 병원균 때문에 되려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항상 죽은 균을 사용해 백신을 만들면 질병에 걸릴 위험은 사라지겠지만 특정 병원체들은 죽은 균으로는 항체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결핵, 장티푸스, 황열, 홍역, 풍진, 천연두 등이 살아 있는 균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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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partkorea



예방 백신으로 단련된 신체 방어 부대에게도 처치 못할 난적이 있다. 만일 어떤 병원체가 수십 개의 이름표를 가지고 침입할 때마다 A, B, C, D …를 번갈아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정작 잡아야 할 적은 하나인데 몸은 방어 부대들을 만들어내느라 힘을 다 써버리고 말 것이다. 경찰이 검은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중년 남자를 수배했는데, 범인이 긴 금발머리 여자로 감쪽같이 변장하고 다닌다면 시민들의 제보를 기대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에이즈 바이러스가 변종이 많은 대표적인 예. 이미 20년 전에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지만 백신이 개발 단계에 이르면 바이러스가 또 다른 형태로 모습을 바꾸기 때문에 몇 년의 연구가 허사가 되곤 한다. 



백신마다 유효기간이 다른 것도 곤란한 일이다. 감기로 널리 알려진 인플루엔자의 경우 백신의 유효기간이 3개월에서 길어야 6개월이다. 기껏 부대를 만들고 병사들을 훈련시켜 놓아도 6개월이 지나면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반면 홍역처럼 한번의 백신 투여로 20~25년간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모든 백신의 면역기간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 천연두나 소아마비는 한번 맞으면 평생 예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담할 순 없는 일이다. 언제 병원균이 자기 몸을 바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신체의 항원에 대한 면역 기억력이 어떤 매커니즘을 통해서 이뤄지는지에 대한 연구도 계속 되어야 한다. 










한 가지 더. 우리 몸을 보호하는 이 기억력이 탁월한 부대는 종종 과잉 근무로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특별히 해가 없는 외부 물질에 대해 과잉 반응을 보여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거나, 신체 내부 물질에 대항해 면역 체계를 발동시켜 류머티즘과 같은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백신의 원리는 단순하다. 하지만 개발까지 쉬운 일은 아니다. 한 개의 백신이 세상에 나오기 까지는 대략 7년의 세월이 걸린다. 바이러스의 변이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있고, 부작용으로 상용화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백신이 소중하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그 백신을 만드는 뿌리가 되는 우리 몸 속 면역 체계의 기억력이다. 한 번 잡은 것을 절대 잊지 않는 똑똑하고 든든한 자체 방어 부대이기 때문이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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