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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나비효과 -그 날개짓 속의 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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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었다.” 성서가 그리는 태초의 모습이다. 이 모습을 그리스 신화는 ‘카오스’라고 표현한다. 카오스는 우주이자 ‘혼돈’ 그 자체이다. 아무 것도 구분되지 않는 컴컴하고 텅 빈 공간이며 끝도 없는 벼락이다. 그러나 카오스는 거대한 창조의 힘이다.카오스는 매우 복잡하고 불규칙하며 불안정한 행동을 보여준다. 그래서 작은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태백산맥 꼭대기에 비가 내린다.



그런데 바람에 의해 어떤 빗방울은 태백산맥 꼭대기의 서쪽에 떨어지고 어떤 것은 동쪽에 떨어진다. 두 빗방울이 떨어진 거리는 겨우 몇 센티미터의 차이 밖에 나지 않지만 두 방울의 운명은 크게 달라진다. 하나는 강을 따라 서울을 지나고 서해안으로 흘러서 꽃게의 입으로 흘러가지만, 다른 하나는 동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으로 들어가 연어의 몸을 타고 알래스카에 이르는 먼 여행을 떠나게 된다. 나란히 떨어지던 두 빗방울이 이렇게 달라질 자신들의 운명을 예측 할 수 있었을까?










이와 같이 작은 사건 하나에 의해 엄청난 결과가 생긴다는 것을 흔히 “베이징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임으로써 뉴욕에 폭풍우가 몰아 칠 수 있다” 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 이론을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고 불리는데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나무 옆을 살랑살랑 날고 있었다. 나비의 황홀한 날갯짓에 정신이 팔린 작은 벌레 한 마리가 나무에서 미끄러졌는데, 마침 그 밑을 지나던 조랑말 등에 떨어졌다. 벌레 때문에 등이 가려워진 조랑말은 꼬리를 휘둘러 벌레를 떨어뜨리려 했다. 하지만 벌레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대신 돌담 위의 작은 돌 하나가 꼬리에 맞아 길옆의 시냇물 위로 날아갔다. 그곳은 썩은 나무들로 시내가 막혀서 작은 여울이 생긴 곳이었는데, 돌이 바로 그 위에 떨어진 것이다. 여울을 만들던 나뭇가지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고, 그 바람에 둔치에 있던 자갈들이 쏟아져 개울의 방향을 바꾸고, 산에 쌓여 있던 돌들이 바다 속으로 쏟아져 들어가면서 먼 남해바다 속까지 자갈사태가 일어났다. 자갈들이 먼 남해 바다 속의 오래된 휴화산의 증기 구멍을 막았다. 그러자 더 먼바다 속의 거대한 휴화산이 폭발을 일으켰다. 화산 대폭발로 엄청난 양의 마그마와 화산재가 바다 위를 뒤덮었다. 화산재는 햇빛을 차단하고 공기의 흐름을 바꾸어 커다란 기압 차를 일으켰으며 더운 바다 공기와 부딪히면서 무서운 폭풍을 일으켰다.”










나비효과는 지구 한쪽의 자연 현상이 언뜻 보면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먼 곳의 자연과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왜 신화에나 등장해야 할 ‘카오스’가 뜬금없이 20세기에 들어 과학계의 화두가 되고, 또 하필 그 많은 곤충 가운데 벌이나 풍뎅이가 아니라 ‘나비’가 선택되었을까?



신화에 파묻혀 있어야 할 카오스가 과학에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은 ‘자연을 해석하고 그 현상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인간의 자신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인공위성과 컴퓨터의 발달로 힘을 얻은 과학자들은 대기현상을 예측하는 것에 대해 커다란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한 젊은 기상학자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초기조건에 아주 작은 변화만 있어도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 과학자는 MIT의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N. Lorenz). 그는 대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기온과 기압, 기압과 풍속 등을 나타내는 방정식을 만들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결과가 나타났다. 무시할 만큼 작은 수치의 차이가 전혀 엉뚱한 그래프를 그려놓은 것이다. 0.506127대신 0.516이라고 입력하면 전혀 다른 그래프가 그려졌다. 이로써 무시할 만큼 작은 변수도 기상 현상에서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로렌츠는 또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를 발견했다. 끌개란 마치 어떤 중심점이 있어서 운동을 일정한 모습으로 이끌어나가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한 번 지나간 곳을 다시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반복되지 않는 운동이 전체적으로는 어떤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한다. 로렌츠가 발견한 ‘이상한 끌개’는 대기의 운동을 표현한 것인데, 나비의 날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나비효과’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과학의 혜택과 지배를 받고 있는 우리도 여전히 ‘혼돈’ 속에 놓여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 사건들은 우리의 삶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의 말과 행동 하나 하나가 바로 나비의 날갯짓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순간 한순간을 의미 있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글 : 이정모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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