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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바닷물로 가는 배, 초전도 전자 추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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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일본 바다에서 ‘야마토-1’라는 이름의 배 한척이 바다 위를 시험 운행했다. 스크루도 돛도 없는 배지만 6노트(시속 약 11km)속도를 냈다. 선박 역사를 새롭게 쓴 야마토-1은 지금도 일본 고베 해양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대부분의 배는 엔진으로 스크루를 돌려 앞에 있는 물을 뒤로 뿜어내거나 돛을 사용해 바람의 힘을 빌려 나간다. 하지만 야마토-1은 ‘전자유체력’(MHD, Magneto Hydro Dynamics)을 이용해 움직인다. 이렇게 전자유체력을 사용하는 움직이는 배를 ‘초전도 전자 추진선’이라고 부른다. 초전도 전자 추진선은 과연 어떤 배일까?










초전도 전자 추진선의 핵심 원리는 ‘전자유체력’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중·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플레밍의 왼손법칙’을 상기해야 한다. 왼손의 엄지, 검지, 중지를 각각 세 방향으로 놓고 엄지는 힘, 검지는 자기장, 중지는 전류라고 외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자기장과 전류를 잘 조절하면 힘을 만들 수 있다. 전자유체력 추진은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한다.



바닷물에는 소금(염화나트륨)이 녹아 이온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전류를 흘릴 수 있다. 만약 바닷물에 자기장을 걸고 여기에 직각 방향으로 전극 두 개를 설치해 전류를 흘려보내면 바닷물 속의 염소 이온과 나트륨 이온은 힘을 받아 움직인다. 초전도 전자 추진선은 이들이 내는 힘으로 전진하게 된다.






기존 방식을 대신해 초전도 전자 추진선을 만드는 이유는 뭔가 기존 선박에 없는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초전도 전자 추진선은 스크루와 같은 기계 회전 장치가 없어서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다. 진동과 소음이 없으면 승객들을 안락하게 운송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현재의 탐지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군용 잠수함에 가장 먼저 적용될 것이다. 잠수함의 위치를 탐지하는 음파탐지기는 잠수함의 스크루가 돌아갈 때 생기는 소음을 추적한다. 그런데 만약 초전도 전자 추진 잠수함이 나오면 스크루 소음이 사라지기 때문에 추적이 어려워진다. 마치 공중에서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작전을 수행하는 ‘스텔스기’처럼 탐지당하지 않고 바다를 마음대로 누빌 수 있다.



또 기계 장치를 움직이는 것보다 전류를 조절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에 순발력 있게 선박을 조종할 수 있다. 전류의 방향만 반대로 바꾸면 앞으로 가던 배가 갑자기 뒤로 가게 할 수도 있다. 전류와 전기장의 세기에 따라 출력이 미세하게 조정되기 때문에 센티미터 단위의 정교한 조정도 가능해진다. 이런 장점 때문에 적 함정의 포탄을 피해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군용선이나 정밀하게 위치를 조정해야 하는 쇄빙선, 석유시추선에 매우 유용하다.



게다가 스크루는 무한정 크게 한다고 추진 효율이 같은 비율로 올라가지 않지만, 초전도 전자 추진선은 전자기력을 높이기만 하면 그에 비례해서 추진력을 높일 수 있다. 즉 기존 방식보다 더 빠른 배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배의 설계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스크루 같은 선체 외부에 돌출된 부위가 없어서 기존 배보다 훨씬 매끈한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초전도 전자 추진선을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추진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 현재 개발된 야마토-1이 6노트의 속력밖에 내지 못한 이유가 아직 추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추진력은 전류와 자기장의 크기에 비례하는데, 이중 전류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바닷물에 들어있는 이온의 숫자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강한 자기장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다.










1963년 발표된 보고에 따르면 10T(테슬라)정도의 자기장을 사용해야 기존 추진방식과 비교해 경제성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대자석의 자기장은 약 0.05~0.1T이고 MRI(자기공명영상장치)에 사용되는 전자석도 1.5~3T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재 개발된 것보다 수배 더 큰 자기장을 실용화해야 하다는 뜻이다.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초전도 전자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전도 전자석은 아주 낮은 온도(-270℃)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해 만든 전자석이다. 현재는 아주 낮은 온도에서만 전기 저항이 0이 되기 때문에 이 온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이론적으로는 전류의 세기에 따라 자기장도 무한정 높일 수 있게 된다.



초전도 전자석이 가능해졌어도 고려할 점은 더 있다. 강력한 자기장이 선박 내부 기계를 못 쓰게 만들거나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자기 차폐 기술이 필요하다. 바닷물이 전기분해 되며 생기는 염소가스가 해양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부식이 적고 내구성이 큰 전극판도 개발해야 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초전도 전자 추진선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때문에 미국, 영국, 독일에서 전자유체력 추진기와 초전도를 이용한 모터 개발이 한창이고, 우리나라도 포항공대에서 전자유체력 추진에 대한 기초 연구를 하고 있다. 초전도체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라 머지않은 미래에 초전도 전자 추진선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현재 세계 제 1의 조선강국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면 초전도 전자 추진선 같은 첨단 선박에 대한 투자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글 : 김흥진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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