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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반드시 잡는다, DNA 범죄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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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는 과거 제대로 된 과학수사 장비와 기법이 정착되기 전 우리나라의 수사 현실이 나온다. 가장 기본인 현장 보존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형사들은 증거보다는 직관이나 용의자에 대한 폭력에 의존한다. 설상가상으로 용의자의 DNA를 분석할 유전자분석장비가 없어 샘플을 미국으로 보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는 사이 진범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이렇게 미처 발달하지 못한 수사기법 때문에 지속된 비극이었다.



하지만 최근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DNA 대조로 유력 용의자가 잡혔다는 것. 화성연쇄살인사건 이후 우리나라에는 과학수사 시스템이 자리잡기 시작했고, 유전자감식기법도 진일보했다. 경찰은 과거 증거물에 남아 있던 시료에서 DNA를 채취해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에서 대조 작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로 ‘미치도록 잡고 싶었던’ 바로 그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DNA도 지문처럼 고유하다


네 가지 염기(구아닌, 시토신, 티민, 아데닌)로 구성된 DNA는 생명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설계도러 단백질을 만드는 암호이다. 각 개체마다 고유한 DNA형이 있고 사람의 경우 한 사람의 세포 내 핵 DNA에 있는 특정 배열이 다른 사람과 같을 확률은 10의 15제곱분의 1이다.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범인 식별에 사용하는 사람마다 다른 고유한 DNA형, 즉 ‘DNA 지문’은 ‘짧은 연쇄반복(short tandem repeat, STR)이라는 부위이다. STR은 염기의 특정 조합이 그저 반복될 뿐 단백질 암호를 지정하지는 않는 비암호 염기서열이다. 1980년대 중반에 영국의 유전학자 알렉 제프리즈는 STR 부위에서 특정 염기가 반복되는 숫자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고 이것을 이용하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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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DNA도 지문처럼 개인마다 고유하기에 범죄수사의 증거로서 활용될 수 있다. (출처: shutterstock)
 









DNA 증폭 기술이 범죄수사의 혁신을 일으켰다


문제는 정액이나 침 같이 현장에 남은 훼손되고 불완전한 시료에서 어떻게 범인의 DNA를 확보하는가이다. 그 문제는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이 등장함으로써 해결됐다. PCR은 1983년 미국의 생화학자 캐리 멀리스가 개발한 DNA 복제방식이다. 이 기술을 이해하려면 먼저 DNA의 구조에 대해 알아야 한다.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가 이중나선으로 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이후로 DNA 복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밝혀졌다. 먼저 DNA는 복제를 시작하면 이중 나선이 풀어져 한 가닥이 주형이 된다. 풀어진 DNA에는 프라이머(primer)라는 RNA가 복지 시작시점에 달라붙는다. 그럼 DNA 중합효소가 프라이머를 인식해 DNA 주형 한 가닥과 상보적인 DNA 가닥을 만들어 이중나선이 된다. 멀리스는 복제가 이렇게 일어난다면 복제에 관여하는 효소와 DNA만 가지고 복제 환경을 인위적을 조성할 수 있으며 이를 반복한다면 DNA를 증폭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이에 멀리스는 94도 정도 되는 높은 온도로 DNA를 가열하여 한 가닥으로 만들고 프라이머와 중합효소를 넣어 DNA 복제가 저절로 일어나도록 한 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 많은 DNA를 만들었다. 멀리스의 PCR 기술은 생물학 연구의 일대 혁신을 일으켰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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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똑같은 DNA를 증폭할 수 있는 PCR 덕분에 적은 시료로도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출처: shutterstock)
 


범죄수사에서는 현장에 남은 침, 혈흔, 정액, 소변 등에서 어렵게 채취한 DNA를 반드시 PCR을 이용해 증폭한다. 그런 DNA는 극소량이라 유전자분석에 활용하려면 충분한 양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DNA를 충분히 확보했다면 유전자자동염기서열분식기 같은 장비를 이용해 유전자형을 확정한다.



PCR 기술이 너무 발달하다 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살인, 절도를 포함해 전국에서 발생한 22개 사건에서 같은 DNA가 검출된 것. 알고 보니 현장에서 DNA를 검출할 때 사용한 면봉 같은 장비가 멸균돼 있지 않아 면봉 제조와 관련된 사람의 DNA가 PCR 검출로 나온 것이다. 이는 PCR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기도 하지만 PCR 이전에 검출 장비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범죄수사에서 DNA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검거는 범죄를 저지르면 언젠가는 반드시 잡힌다는 교훈과 경고를 널리 보여준 과학수사의 쾌거였다.












글: 이태석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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