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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뼈에게 물어보면 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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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세 번이나 입국을 거부당한 분이 있다. 이 분은 머나먼 땅 사람들의 피와 살이 되기 위해 비행기 타고 날아왔다가 말 그대로 이국에 뼈를 묻었다. 커봤자 13mm x 6mm x 2mm 정도, 살코기 사이에 보일락 말락 끼어있던 손톱만한 미국산 소 뼛조각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차디찬 소각장 어느 구석에서 한 줌의 연기로 사라졌다.



그깟 뼈조각 가지고 뭘 그리 호들갑이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뼈로 곰탕 고아먹으면 큰 일이 날 수도 있다. 뼈에는 여러 물질이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운 물질도 뼈에 담기지만 무시무시하게 해로운 물질들도 뼈에 담긴다. 과연 뼈는 무엇을 담을 수 있는 걸까?










먼저 뼈에는 21세기 가장 무서운 질병 중 하나인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종 프리온이 담겨있을 수 있다. 프리온은 원래 정상 동물의 체내에도 존재하는 멀쩡한 단백질이다. 그런데 이 프리온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변종으로 변하면 뇌에 구멍이 뻥뻥 뚫리는 질병을 일으킨다. 이 질병이 소에게 나타난 것이 ‘광우병’이고 인간에게 나타난 것이 ‘크로이츠벨츠-야콥병’이다. 다른 동물의 뼈나 내장을 갈아 만든 동물성 사료를 먹은 소는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변종 프리온은 뇌에서 가장 활성화되며 그 외에도 골수나 편도도 위험 부위다. 문제는 이 골수가 뼈 안에 있어서 뼈를 잘못 섭취하면 프리온까지 먹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뼈가 있다는 것은 프리온이 가장 많이 함유된 신경조직이 살코기에 포함됐을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소를 도축하고 수출하는 과정에서 계속 끼어온 뼛조각은 이런 이유에서 문제가 된다.



뼈 안에는 변종 프리온 뿐만 아니라 독소가 담길 수도 있다. 비소는 뼈에 잘 침투하며 사람이 죽은 후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유명한 인물이 죽은 이유를 알고자 할 때 유골을 확인한다. 실제 고대 이집트의 투탕카멘 왕과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의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유골을 분석한 결과, 투탕카멘은 자연사였지만 나폴레옹은 비소 중독의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뼈가 독을 담고 있지 않았다면 영원히 알 수 없었던 사실이다.



비소 뿐 아니라 납이나 수은 등의 중금속도 뼈에 쉽게 축적된다. 2001년 러시아 과학자들은 모스크바 크레믈린 궁에 안치된 중세 왕족의 유골을 검사했다. 그 결과 여성들의 뼈에서 일반인에 비해 훨씬 많은 납과 수은, 아연 등의 중금속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15세기 러시아 귀부인들이 수은과 납이 잔뜩 들어있는 화장품을 자주 사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하얗고 밝은 얼굴을 위해 독을 발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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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partkorea



그렇다면 뼈 속에 이런 물질이 들어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변종 프리온은 단백질의 일종이기 때문에 ‘크로마토그래피법’과 같은 일반적인 단백질 분리법을 써서 프리온을 따로 분리한다. 변종 프리온은 정상 프리온과 화학적인 구성 요소는 같지만 3차원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현미경으로 분석하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독이나 중금속의 경우는 그 물질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각각 다른 검출 방법을 이용한다. 비소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체내 성분을 추출해서 황산과 아연을 넣고 같이 끓인다. 이 때 생성되는 증기가 비소 특유의 거울 같은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0.02mg 정도의 아주 적은 양도 검출할 수 있다. 납중독의 경우 체내 납 성분의 95% 이상이 뼈에 축적되며 요오드를 체내에 넣어 추적자로 사용하면 X선 사진을 통해 뼈에 침착된 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뼈에 나쁜 것만 축적되는 것은 아니다. 뼈 속의 DNA를 이용하면 유골만 남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DNA를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부분은 혈액세포를 만드는 부드러운 골수지만 안타깝게도 골수는 사후 2~3일이면 부패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골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뼈의 단단한 부분을 약품으로 녹이고 그 안에 있는 골세포를 꺼내 DNA를 추출한 후 가족의 DNA와 비교한다. 이 방법을 쓰면 비행기 추락사고 등으로 ‘뼛조각’만 남은 사람들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뇌에 구멍을 내버리는 변종 단백질부터 사고 현장에서 가족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DNA까지, 뼈는 무척 다양한 것을 담고 있다. 뼈에 계속 좋지 않은 것을 집어넣어 공포스런 물건으로 만드는 것은 인간의 잘못이지 뼈의 죄가 아니다. 다른 뼈들이 주인의 신원을 밝히고 역사를 새로 쓰며 혁혁한 공을 자랑하고 있을 때 연기로 남아 하늘을 떠도는 미국산 소의 뼛조각은 저 홀로 서글퍼할 지도 모르겠다. 뼈를 사랑하며 제대로 이용해 그 서글픔을 달래주는 것은 우리 인간의 몫이다. 











글 : 김은영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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