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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사랑한다는 말은 왼편에서 속삭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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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1일 미국 샘휴스턴주립대 심 터우충 박사는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는 왼쪽 귀에 하는 것이 좋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00명을 대상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말을 녹음해 왼쪽 귀와 오른쪽 귀에 들려준 결과 왼쪽 귀로 들었을 때 더 정확히 기억했다는 것. 연구팀은 왼쪽 귀와 연결된 우뇌가 감정조절에 관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들려준 말을 정확히 기억한 수는 왼쪽 귀 70명, 오른쪽 귀 58명이다. 12%의 차이일 뿐이지만 앞으로 꼭 연인의 왼편에 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12%면 대단하지 않은가. 단 1%의 확률에도 목숨을 거는 것이 사랑이니 말이다. 사실 사랑의 성공률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 연구는 꽤 많이 이뤄지고 있다. 과학자들의 ‘따분한’ 사랑 이야기도 알아두면 도움 될 때가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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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partkorea



미국 럿거스대 인류학자 헬렌 피셔 교수는 남녀 간의 사랑을 3단계로 나눴다. 이 이론은 남녀 간의 사랑을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에 잘 맞는다. 피셔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남녀 간의 사랑은 ‘갈망’으로 시작해 ‘홀림’을 거쳐 ‘애착’으로 넘어간다. 각 단계에서 남녀는 서로 다른 화학물질의 영향을 받는다.



사랑의 첫 단계인 ‘갈망’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것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다. 이들은 뇌와 생식기에서 분비되며 생식기능과 성적 욕구에 관여한다. 사랑에 빠진 12쌍의 테스토스테론을 6달 동안 조사한 결과 남성은 정상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졌고, 반대로 여성은 높아졌다. 즉 남성은 어느 정도 여성화하고 여성은 어느 정도 남성화해서 차이를 없애려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인 ‘홀림’은 머릿속이 온통 연인 생각으로 가득찬 시기다. 이때는 남녀 공히 페닐에틸아민, 엔돌핀,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이 왕성하게 분비된다. ‘사랑을 부르는 화학물질’로 알려진 페닐에틸아민은 열정적인 사랑의 감정을 자극한다. 유효기간이 2~3개월 정도로 짧다. 엔돌핀은 안정적인 기분을, 노르에피네프린은 육체적인 쾌감을, 도파민은 만족감과 자신감을 주어 사랑을 유지시킨다.



세 번째 단계인 ‘애착’은 불처럼 뜨겁지는 않으나 더욱 끈끈한 관계를 맺는 시기다. 오래된 연인이나 결혼한 부부가 이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주로 관여한다. 포옹을 하거나 로맨틱한 영화를 보면 이들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진다. 출산과 수유에 관여하는 옥시토신은 모성애를 일으키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이성 간의 사랑이 깊어지면 모성애와 비슷해지는 것이 아닐까.



남녀 간의 사랑에 호르몬이 관여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 사랑은 호르몬 농도에 따라 변할 뿐이에요”라고 하기엔 기분이 썩 내키지 않는다. 사실 복잡한 사랑을 호르몬의 변화로만 설명한다는 것은 무리다. 사랑을 설명하는 다른 과학적인 방법은 없을까?










과학자들은 사랑할 때 뇌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함께 연구한다. 뇌 연구에는 주로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를 사용한다. 뇌는 정신활동을 할 때 막대한 피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더 필요한 부위에 혈류가 증가하게 된다. fMRI를 이용하면 혈류가 증가하는 부위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사랑에 빠지는 각각의 경우에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가 어디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과연 사랑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는 어디일까? 피셔 교수는 최근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지원자를 모집해 연인의 사진을 보여준 경우와 관계없는 사람의 사진을 보여준 경우를 비교했다. 연인의 사진을 보여줬을 때 깊은 미상핵, 뇌간의 일부가 활성화됐다. 이는 우리가 생존에 유리한 행동(배부름, 성 관계 등)을 했을 때 뇌가 도파민 등을 분비해 기분 좋게 하는 ‘보상’과 관련된 부위다. 활성화 정도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반면 영국 런던대 안드레아스 바르텔스 교수팀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뇌에서 비판적인 사고와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편도체 뒤쪽은 비활성화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의 외모나 행동에 결점이 있어도 관대해져서 잘 보지 못하게 된다. ‘사랑하면 눈에 콩깍지가 씐다’는 말이 증명된 셈이다.



또 과학자들은 사랑의 종류에 따른 차이를 구별해 내고 싶어 한다. 대표적인 것이 연인 간의 사랑과 모성애의 차이다. 연인 간의 사랑과 모성애는 똑같이 ‘보상’이 관련된 부위가 활성화되지만, 흥분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는 연인 간의 사랑에서만 활성화됐다. 사랑에 따라 활성화되는 부위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로맨틱한 사랑’과 ‘에로틱한 사랑’은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바르텔스 교수팀이 사랑에 빠진 지원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인의 사진을 볼 때 뇌 반응과 에로영화를 볼 때 뇌 반응은 지원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연구결과 대로라면 남자는 모두 늑대, 여자는 모두 여우라는 뜻이 된다. 미묘한 사랑의 종류를 fMRI만으로 구별해 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과학으로 사랑을 설명하는 연구 결과를 볼 때마다 “뻔한 얘기를 뭐 그리 어렵게 하나”하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혈액형이나 탄생석으로 사랑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보려는 사람이 있는 한 사랑은 영원한 과학의 주제가 될 것이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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