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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머리 속까지 들여다보는 M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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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인체에 무해하고 정확한 방식으로 인체 장기의 영상을 얻는 발견이 의학 진단과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며 미국의 폴 로터버와 영국의 피터 맨스필드 박사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이 발명한 것은 바로 자기공명영상장치(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다.



사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해주는 도구의 발전은 의학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1590년 얀센이 발명한 현미경은 세포를 관찰하도록 했고, 1895년 뢴트겐이 발명한 X선은 사람의 몸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게 했으며, 1933년 에른스트 루스카와 막스 크놀의 전자현미경은 바이러스와 분자 세계까지 관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1973년 폴 로터버와 피터 맨스필드에 의해 MRI가 개발됐다. 사람의 몸을 구석구석 살피는 MRI의 원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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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partkorea










MRI는 핵자기공명(NMR, Nuclear Magnetic Resonance)이라는 물리학적 원리를 영상화한 기술이다. MRI는 우리 몸의 70%나 차지하는 물분자(H2O)를 이루는 수소원자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에탄올(CH3CH2OH)을 NMR로 분석한다고 해 보자. 에탄올에는 세 가지 종류의 수소(H)가 있다. 탄소(C)와 3개 결합한 수소(CH3-), 2개 결합한 수소(-CH2-), 그리고 산소(O)와 1개 결합한 수소(-OH)가 그것이다.



이들 수소의 원자핵은 양성자라 불리는 아주 작은 입자(수소 원자 지름의 10만분의 1 정도)인데, 양성자는 (+1)의 양전하를 가지고 지구가 자전하듯 회전하기 때문에 미니자석 같은 성질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에탄올에는 양성자라는 미니 자석이 세 개, 두 개, 한 개 순서로 배열되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자석은 자기장을 형성해 같은 극끼리는 밀고 다른 극끼리는 당기는 식으로 서로 힘을 미친다. 따라서 에탄올의 수소들은 다른 수소들이 만들어내는 자기장을 감지하게 된다. 세 가지 환경이 다른 수소가 감지하는 자기장은 약간씩 다르게 되고, 이 미세한 자기장의 차이를 검출하면 각각 수소의 환경을 조사할 수 있다.



여기서 로터버 박사는 NMR의 적용 범위를 분자 크기에서 cm단위로 확장해 몸속의 물을 구성하는 수소를 조사하면 인체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인체는 부위와 조직에 따라 물의 분포가 약간씩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근육과 뼈는 물의 함량이 크게 다르다. 또 종양과 같이 문제가 발생한 부위는 정상 조직과 물의 함량이 달라진다. 따라서 MRI를 통해 근육, 뼈, 뇌, 척수 등의 물의 함량을 조사하면 신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MRI에 장착된 고감도 자기센서는 신체의 조직의 물이 만드는 미약한 자기장을 감지한다. 이를 내부 코일로 증폭시켜 위치와 세기를 등고선처럼 나타낸다. 컴퓨터를 이용해 이 등고선처럼 표시된 것을 영상화한다.



X선을 이용한 ‘단층영상’(CT)이나 인체에 흡수된 방사능 동위원소가 붕괴되는 현상을 측정하는 ‘핵의학영상’은 인체 위험성 때문에 반복 촬영으로 방사선 피폭이 허용량을 초과할 때는 진단의 유용성에 따라 전문가가 결정하는 문제가 따른다. 반면 MRI는 자석에서 나오는 자기장을 이용해 검사로 인한 통증이나 부작용, 유해성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더 나아가 CT는 횡단면만 촬영이 가능하지만 MRI는 종?횡단면을 모두 찍을 수 있어 뇌질환이나 허리뼈, 근육, 연골, 인대, 혈관처럼 수분이 많은 곳을 선명하게 찍어낼 수 있다. 실제로 MRI는 의대 해부학 시간에 돋보기로 관찰하던 귀 안의 세반고리관이나 달팽이관(2~3mm)도 살펴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MRI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MRI 기계의 자기장을 높여 정확도를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보다 효과적인 것은 조영제를 바꾸는 것이다. 조영제란 MRI를 찍기 전에 주사해 원하는 부위의 영상을 선명하게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는 시약이다.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전 아세트산카민이나 메틸렌블루 등의 염색약으로 염색하면 보다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개발한 조영제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현택환 교수와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이정희 교수팀은 0.7mm 크기의 암세포를 찾아내는 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하는데 성공해 독일화학회지 ‘안게반테 케미’ 5월호의 표지논문을 장식했다. 0.7mm 크기는 현재까지 가장 정교한 수준이다.



현 교수팀이 개발한 방법은 산화망간 나노입자로 만든 조영제를 이용한다. 새 조영제는 세포 안에 흡수가 잘 되고, 독성이 없으며, 표면에 약제 등을 부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조영제를 쥐의 정맥에 주사한 뒤 MRI로 뇌, 간, 신장, 척추 등을 촬영하자 해부를 통해 만든 것처럼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동안 촬영하기 힘들었던 뇌까지 MRI로 또렷한 영상을 얻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번에 개발한 조영제가 뇌의 보호 장벽인 ‘혈뇌장벽’도 통과해 뇌 속 깊은 곳까지 침투하기 때문이다. 정확도가 높아진 만큼 치명적인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MRI는 1980년대 초 처음 사용된 뒤로 2002년 약 2만2000개의 장치가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MRI로 촬영되는 영상도 매년 6000만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새로운 MRI 조영제의 개발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간질처럼 뇌에서 진행되던 질병도 훤히 들여다 볼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사람의 몸속은 물론 마음속까지 꿰뚫어볼 수 있는 MRI가 등장할 날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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